줄거리
영화의 줄거리는 사실 그렇게 어렵지도,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도 않다. 생선잡이 배 위에서 이 작품의 주인공 '루비'가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의 줄임말로 농인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소리가 들리는) 자녀를 말한다. 이 영화 속 가족은 부모님과 남매 총 4명으로 구성되어있고 그 중 루비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인 자녀이다. 그래서 가족들의 귀와 입이 되어주는 존재다. 앞선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루비는 아버지와 오빠와 함께 배에 올라타 어부 생활을 한다. 배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에서 그 생활을 비관하지도 않고 받아들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루비는 그 와중에 학교도 잘 다니고 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생선을 잡으러 가야하기에 수업시간에 좀 졸기도 하고 못된 친구들이 생선냄새 난다고 놀리기도 하지만 굴하지 않고 잘 다닌다. 그런 와중에 동아리 활동을 해야 했고 평소에 맘에 들어 몰래 지켜보던 마일스가 합창단에 지원하는 걸 보고 합창단에 들어가기로 한다. 합창단 첫 시간에 단원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루비는 용기가 나지 않아 부르지 못하고 이 후 자신의 아지트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선생님만 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노래를 부른다. 루비의 노래를 들은 선생님은 루비의 재능을 알아보고 버클리 음대 장학생으로 진학을 제안하고 무상 과외까지 시켜준다. 합창단 생활을 하면서 마일스와 풋풋한 연애를 하기도 하고 학교 축제에 마일스와 듀엣 공연까지 준비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루비의 진학을 반대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루비는 세상과 소통을 해줄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었다. 루비가 그들과 떨어져 생활을 하게 된다면 세상과의 소통에 많은 어려움과 재정적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런 갈등 속에 루비가 배에 오르지 않았던 날 정부 관리자가 아버지와 오빠만 있는 배에 타서 점검을 하게 됐고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해양경찰의 무전에 응답하지 못해 벌금과 자격정지 그리고 통역이 가능한 사람과 동승해야지만 배 운행이 가능하단 통보를 받게 된다. 이런 상황을 옆에서 통역하고 지켜본 루비는 진학을 포기한다.
학교 축제가 시작되고 루비는 준비한 무대에 오른다. 이때 가족들이 비록 들리진 않지만 루비의 무대를 보기 위해 학교로 찾아왔다. 합창단과 함께 루비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들리지 않는 가족들은 처음엔 집중하는듯 하다가 슬슬 지겨워지고 본인들끼리 다른 주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점점 지루해 질 무렵 루비와 마일스의 듀엣 무대에서 루비가 열창을 하고 아버지는 객석의 사람들의 얼굴과 모습을 보게 된다. 비록 자신의 딸의 노랫소리가 들리진 않지만 다른 이들이 딸의 노래를 들으며 감동받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까지 애써 무시하고 모르는 척했던 내 딸의 재능을 알게 된다. 그리고 축제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루비에게 노래를 불러보라고 하며 루비가 내는 소리를 조금이라도 느껴보기 위해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루비의 목을 만지며 루비를 바라본다.
다음날 버클리음대의 면접이 있는 날. 가족들을 루비를 깨워 면접장으로 향한다. 어리둥절한 루비는 얼떨결에 차에 오르고 면접장으로 향한다. 좀 늦기도 했고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처음엔 실수가 있기도 했지만 가족들이 몰래 면접장 안에 들어선 것을 본 루비는 힘을 얻어 그 노래의 가사를 수어로 하면서 노래를 잘 부르며 면접을 마치고 합격하게 된다. 그러면서 루비는 걱정 한가득 남긴 채 가족들과 떨어지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감상평
그동안 장애인을 다루는 작품을 보기 꺼린 이유는 보통 영화의 주인공인 장애인에게 거듭된 위기가 닥치게 되고 그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너무 감정 과잉된 장면들이 많이 보여 관람하기 힘든 경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장면들이 많이 보이면 사실 심정적으로 보기가 힘들어서 꺼린 측면이 있었다. 코다는 이런 점이 좀 덜 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4명의 가족이 세상과 마주하는 이야기가 감정 과잉 상태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그들 부부는 성관계로 충분히 즐기고 오빠는 연애도 하면서 솔직하고 유쾌하며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게 생활한다. 이런 모습을 영화에서는 위트 있게 잘 그려낸다. 그런 모습 속에서 이 가족에게 마음이 열린다. 어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루비는 너무 일찍 커버려 자신의 진학을 포기하는 모습에서 좀 짠한 감정도 느껴진다. 또래 속에서 천진하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풋풋함도 느낀다.
그러다가 그런 평범하고 잔잔함 속에서 영화는 쑥 하고 들어온다. 학교 축제 루비가 노래를 부르던 그 순간 가족들이 느끼던 상황을 영화를 보던 관객은 갑작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무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음. 내가 몰랐던 내 딸의 재능을 발견한 그 순간. 그 씬은 이 영화가 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감정이입해 보던 가족들의 그 장애를 순간적을 잠시나마 체험하는 순간이 이 영화의 백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에서 부모님과 오빠 농인으로 나왔던 배우들은 실제 농인이다. 이걸 알고 보지 않았는데 아버지 프랭크 역할을 했던 배우가 정말 연기를 너무 잘해서 찾아보니 실제 농인이었다는데서 놀랐고 아카데미에서 조연상을 수상했단 사실을 알았다. 그 순간 윤여정이 시상식에서 수어를 했던 게 생각이 났고 그 배우가 코다의 프랭크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새삼 놀라웠다. 연기를 영화를 그만큼 잘 알지 못한 평범한 나 같은 사람이 봐도 연기가 정말 잘했다.
영화는 특별하게 어렵지도 그렇다고 스펙타클하지도 않다. 잔잔하며 따뜻하다. 그렇게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하게 물들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따뜻함은 루비가 부르는 노래로 더 배가 된다. 목소리가 포근하고 따뜻해서 그런지 영화의 감동을 더 무르익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장애인들의 여건. 사회에 마주하는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들 가족들에게 닥친 어려움은 사실 간단하다. 통역이 필요할 때 통역을 제공받을 수 있으면 하는데 사회와 가정에선 루비의 희생만을 강요한다. 단지 농인의 집안에 태어난 청인이라서 그 희생을 강요받는 건 가혹하지 않나. 그리고 농인들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회에서 장비나 제도적 장치를 해줄 수 있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소수자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생각할 수 있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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