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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영화 리뷰

[영화] 어나더 라운드 (Druk) <2020>

by 어쩌다박군 2023.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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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이 영화의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자면. 40대의 4명의 친구가 권태로운 삶을 살다 술이라는 매개로 삶의 변화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하지만 영화의 여운은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은 영화이다. 

 영화는 덴마크의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인류의 스승 키에르 케고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청춘이란 무엇인가?
하나의 꿈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꿈의 내용이다.

 

 사랑하는 꿈을 꾸는 동안에는 누구든 청춘이다.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권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미 청춘과는 멀어져 보이는 아저씨들이지만 다시 사랑하는 꿈을 꾸며 청춘을 되찾고자 하는 아저씨들을 만날 수 있다.

 

 

 

영화는 호수 주변에서 만취돼서 돌아다니는 고등학생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화면이 전환돼서 따분한 삶을 지내는 4명의 중년 고등학교 교사 아저씨들을 보여준다. 마틴(메즈 미켈슨 역) 은 역사교사이다. 지루한 역사수업과 수업에 별로 관심 없는 학생들.. 어느 날 퇴근하고 온 마틴은 아내에게 내가 지루하냐고 묻는다. 젊었을 때와는 다르다는 아내. 가정에서 조차도 맥없이 지루한 일상을 보내는 그를 보여준다. 그러던 와중에 학부모들이 몰려와서 마틴과 상담시간을 갖는다. 대학 진학에 역사 과목이 중요한데 수업이 지루해서 집중이 되지 않아 교사를 바꿔달라는 의견들을 주고받는다. 마틴은 우선 더 노력하겠다고 하고 상황은 종료된다. 같은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토뮈, 니콜라이, 페테르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니콜라이의 생일 저녁 식사 도중 마틴은 차를 가져와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하지만 친구들의 권유가 계속되자 보드카를 시작으로 와인을 마신다. 술의 힘이었을까? 그동안 마음속에만 품었던 이야기들을 내비쳤고 친구들은 이를 들어줬다. 그리고 평소 가졌던 엄격했던 자신의 품위 체념 같은 억압을 조금 내놓는다. 오랜만에 친구들끼리 해방감을 즐긴 그들은 즐거운 밤을 지새운다. 그리고 다음날 마틴은 수업 시작 전 보드카 한 모금을 마시고 수업에 들어간다.

 그리고 생활의 변화를 느낀 마틴은 친구들을 모아 그날 저녁에 나왔던 혈중 알콜농도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면 창의성과 적극성이 올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가설에 대한 실험을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이는 '혈중 알콜 농도가 0.05% 되면 더 적극적인 성격이 발현된다'는 핀 스코르데루의 실제 가설이다. 나름의 규칙이 있었는데, 언제나 0.05%의 혈중 알콜농도를 유지할 것 그리고 밤 8시 이후엔 술을 마시지 않을 것 이 두 가지 규칙을 세우고 그들 스스로 실험에 들어간다. 

 

이후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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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을 시작한 이후 삶은 급격하게 바뀐다. 마틴의 수업엔 활력이 생기고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권태로웠던 가정에서 아내와의 관계도 개선 된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삶의 활력을 되찾고 새로운 변화들을 몸소 체험한다. 그렇게 효용성을 느낀 마틴과 그 친구들은 그대로 규칙을 유지를 하면 좋았을 텐데 이들은 좀 더 알콜 농도를 더 높이기로 한다. 자신들은 알콜 중독이 아니고 스스로 통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처음 세워놨던 규칙을 깬다. 마틴은 좀 더 역동적인 수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그에 따라 아이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소극적이었던 가족 관계에서도 예전에 갔던 카누 여행도 가자고 밀어붙이며 가족 관계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한계치까지 술을 마신다면 어떤 변화가 올지 그들은 니콜라이네 집에서 밤새 술을 마시면서 실험을 한다. 결과야 뻔하다 술에 잔뜩 취한 그들은 마트에서 사고도 치고 마틴은 남의 집 앞에서 상처를 입은 채 쓰러져 있었고 이를 자식들이 보는 와중에 아내의 부축을 받아 집에 들어간다. 집으로 들어가선 해서는 안될 이야기를 꺼낸다. 마틴은 아내의 외도를 의심했고 추궁했다. 이에 아내는 시인하고 둘은 크게 싸우고 아내와 갈라서기까지 한다. 

 

 

그 후, 친구들은 알콜 중독의 우려로 실험을 중단하지만 넷 중에서 술이 가장 약했던 톰뮈는 알콜중독에 가까운 현상을 보이고 학교에서 까지 취한 상태로 나타나 추태를 부리고 결국 해고를 당하게 된다. 마틴은 술에 취한 톰뮈를 톰뮈네 집으로 데려가 술 깰 때까지 돌봐주고 나온다. 그리고 마틴이 집에 나와 돌아갈 때 톰뮈는 마틴에게 자신처럼 되지 말라는 말을 남긴다. 마틴은 싸운 아내와 재결합을 바랐지만 아내는 관계를 끊고 싶어 한다. 

 톰뮈는 해질녘 자신의 반려견과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그리고 졸업식날 자살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톰뮈의 장례식 후, 남은 세 친구는 톰뮈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다 식당에 들어가 술을 주문한다. 술 한 잔과 함께 소소한 이야기를 하던 도중, 마르틴은 아내에게 다시 함께하자는 문자를 받는다. 그리고 세 친구는 지나가는 졸업생들의 파티 행렬을 발견하고 뛰어나가 파티에 합류한다. 졸업생들이 권하는 술을 받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마르틴은 아무리 친구들이 부탁해도 추지 않던 춤을 추며 영화는 끝난다.

 

 

 

후기

권태 : 어떤 일이나 상태에서 시들해져서 생기는 게으름이나 싫증
통제 : 일정한 방침이나 목적에 따라 행위를 제한하거나 제약함.

 

 영화는 권태와 통제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가 되풀이되다 보면 어느새 일상에 지친 권태로운 인생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 속 마틴이 아내에게 나 지루해?라고 물었을 때 예전과는 다른 마틴이지라고 말한 그런 상태. 40대쯤 되면 인생에서 새로운 게 없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이고 일상이 기념일이 되고 반복되는 삶 속에서 권태를 느낀다. 꿈이 사라진 일상에서 나이를 먹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얽매는 것은 사회적 규범이나 삶을 살아가면서 일탈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 속에 나 스스로가 사회의 일원으로 통제하며 살아간다. 

 그러한 통제는 사회적 약속이기도 하지만 개개인별로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 이를 느슨하게 만들어 주는 매개가 술이라고 생각한다. 엄격하게 자신을 통제하고 있다가 술이라는 것으로 느슨해진 자신만의 행동 기준에 벗어나는 행동들을 하게 된다. 술을 통제하면서 권태로운 삶에 변화를 맞이한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욕심을 부려 자신들이 정한 규칙을 어긴 순간 위태롭던 술과의 동행은 위기를 맞이하는 건 당연하다. 균형을 잃은 채 통제 할 수 있다고 믿었던 통제 불가능한 술에 결국 잡아먹히는 게 인간 아닐까?

 

 

 타인의 삶을 사랑하려면 자신의 실패 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영화 말미에 시험을 보는 학생에게 선생님은 불안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덴마크는 신기하게 이렇게 인터뷰 형식으로 시험을 보는 것 같다.)  이에 학생은 키에르케고르의 말을 인용하여 자신의 실패 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대답한다.

 키에르케고르는 불안과 희망의 역설에 대해 말한다. 인간은 양면성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고통이 인간을 파멸시킬 수 있지만 성장을 촉진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자면 고통, 실패를 인정할 때 변화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앞서 포스팅한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말하는 내용과 비슷한 결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약점, 실패등을 받아 드릴 때 변화와 성장이 온다는 이야기. 어나더라운드도 권태로운 삶에서 변화를 주고자 했지만 이는 과도하게 일을 키워 실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또 한 번의 성장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백미는 마지막 매즈미켈슨이 술에 취해서 춤추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큰 아픔을 겪은 그는 청춘이 졸업을 하고 해방을 맞이하는 날 그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정말 역동적으로 춤을 춘다. 자신들의 했던 실험에서 큰 아픔을 겪고 그 과정을 받아들이는 시퀀스라고 해석한다.

 그 춤추는 장면은 묘한 쾌감을 준다. 이제껏 영화에서 보지 못한 춤사위이다. 형식에 얽혀있지 않은 자유로움이 묘한 쾌감과 해방감을 준다. 춤을 잘 춰서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인생의 바닥에서 슬픔에 젖어 술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비극의 끝에서 춘 자유로운 형식의 춤이 묘한 해방감과 환희를 느끼게 해 준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좋은 엔딩으로 TOP3 안에 들 정도이다.

 매즈미켈슨의 연기가 정말 좋고 섹시하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어쩌면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기에 한번쯤 봐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어디 있는지 당장 알진 못하지만 난 아직 젊고 살아있어
남들이 하는 말은 집어치워, 멋진 인생이니까

 

여담

 - 21년에 아카데미 국제 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 이 영화는 이다를 위하여 라며 끝이 난다.이다는 토마스 빈터베르감독의 실제 딸인데, 이 작품의 시작이 이다가 덴마크 청소년들의 술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딸이 마틴의 자녀로 연기를 할 예정이었고 많은 것들을 딸과 함께 작업하고 준비해 왔는데 영화 촬영 직전에 교통사고로 숨졌다고 한다. 마틴이 가르치는 교실은 실제 딸이 수업을 받던 교실이기도 하고 실제 딸과 함께 학교를 다니던 친구들을 캐스팅하여 촬영을 했다고 한다. 

- 매즈미켈슨의 매력이 잘 담긴 작품이다. 토마스 빈터베르감독과는 헌트라는 작품을 이전에도 함께 촬영을 했었는데 이때도 연기가 정말 좋았다. 매즈미켈슨은 연기자가 되기 전 발레를 했었는데 마지막 시퀀스의 춤은 즉석에서 자신이 직접 다 춤을 췄다고 한다.

- 실제 촬영장에서 음주를 하지 않았지만 매즈미켈슨 개인적으로 영하에서 하듯이 실험을 한 적은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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